알리 수경재배 타워에서 식물이 자라는 모습

약 9개월 전, 집에서 신선한 샐러드용 야채를 수확해 먹겠다는 생각으로 알리익스프레스에서 30구 수경재배 타워를 구입했다. 당시 내가 이 제품을 선택한 이유는 명확했다.

  • 생산성 : 30개의 포트컵이면 최소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샐러드를 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
  • 공간 효율성 : 위로 뻗은 타워형 구조 덕분에 좁은 베란다에서도 공간 차지가 적다는 점
  • 거부할 수 없는 가격(가심비) : 수십만 원을 호가하는 국내 프리미엄 제품들에 비해 ‘이 가격이 맞나?’ 싶을 정도의 저렴한 가격

이 세 가지 이유는 초보 식집사인 나의 지갑을 열기에 충분했다. 일단 수경재배기에 대한 깊은 지식이 없었던 당시의 나로서는 이 정도의 장점이면 충분했기에 설레이는 마음으로 바로 구매 버튼을 눌렀다. 하지만 설렘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사용을 시작하고 한 달정도가 지날 무렵, 식물들에게 무언가 문제가 있어 보이기 시작했다. 분명 살아는 있는데 줄기만 가늘게 길어지는 ‘웃자람’ 현상이 심했고, 잎이 커지지 않고 노랗게 변해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때부터 ‘아, 내가 잘못된 구매를 했구나…’라는 자책과 함께 극심한 스트레스가 밀려왔다. 버리기엔 아깝고, 그대로 두기엔 불필요한 짐이 될 것 같은 생각이 나를 힘들게 했다. 그래서 그냥 계속 사용하면서 문제들을 하나, 둘 해결해 나가기로 결심했다. 그 결과 이제 이 수경재배기는 나의 효율적인 ‘식물 키우기 조력자’가 되었고, 현재는 아래와 같은 모습으로 매일 나에게 초록색 기쁨을 선물하고 있다.

수직 타워형 수경재배기에서 식물이 자라는 모습
수직 수경재배기 타워에서 케일이 자라고 있는 모습

그래서 오늘은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누군가를 위해, 알리 수경재배 타워를 ‘진짜 쓸만한 물건’으로 탈바꿈시킨 문제 해결 과정을 공유한다.


1. LED 조명 설치와 광량 확보 문제

알리 수경재배 타워의 가장 치명적인 약점은 바로 ‘빛의 사각지대’이다. 이 제품은 구조상 사방(4방향)에 포트가 뚫려 있는 원통형 기둥 형태이다. 아마 이 부분이 타워형 재배기를 사용함에 있어 가장 큰 난관이 아닐까 생각한다.

문제의 발견 : “남향 햇살이면 충분할 줄 알았다.”

내가 사는 집은 정남향에 해가 아주 잘 드는 편이다. 그래서 별도의 식물등 없이도 자연광만으로 충분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베란다에서 이 제품을 사용한 지 겨우 2주 만에 뼈저린 진실을 알게 되었다. LED의 도움 없이 실내에서 수경재배 타워를 이용해 식물을 키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 구조적 한계 : 아무리 빛이 잘 들어오는 베란다라도 창문을 마주 보는 앞면만 빛을 받을 뿐, 타워 본체에 가려진 뒷부분은 빛을 전혀 받을 수 없는 구조이다. 따라서 4방향의 포트를 모두 사용하기 위해서 LED 식물등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 설치의 어려움 : 타워형 재배기는 높이 때문에 빛을 골고루 아래쪽까지 전달할 수 있도록 식물등을 배치하는 것이 매우 까다롭다. 시중에는 완벽히 조명까지 세팅된 제품이 있지만, 가격이 제가 산 제품의 3~4배에 달해 초보 식집사가 선뜻 손을 대기엔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해결 방법 : 이동식 스테인리스 선반과 바(Bar) 조명을 활용한 튜닝

저렴한 비용으로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방법을 사용했다.

이동식 스테인리스 선반에 수경재배기 타워를 놓은 모습
자석을 붙여 만든 바(bar)조명을 붙인 모습
  • 이동식 스테인리스 선반 활용 : 타워형 재배기를 그냥 바닥에 두지 않고, 바퀴가 달린 작은 스테인리스 선반 위에 올렸다. 이렇게 하면 빛의 각도에 따라 타워 재배기 전체를 부드럽게 회전시켜 줄 수 있고, 무엇보다 물 교체 시 무거운 타워를 욕실까지 쉽게 이동할 수 있어 관리의 편의성이 아주 높아진다.
  • 자석형 바(Bar) LED 조명 부착 : 시중에서 파는 긴 막대 형태의 LED 식물등 뒷면에 작은 자석을 2개씩 붙였다. 스테인리스 선반 기둥은 자석이 잘 붙기 때문에, 타워의 높이에 맞춰 세로로 조명 4개를 부착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식물이 자라는 높이에 맞춰 조명 위치를 수시로 조절할 수 있어 빛의 손실이 최소화된다.

현재 하루 13시간씩 일정한 광량을 쏘아주고 있다. 덕분에 실패 없이 다양한 종류의 식물들을 키울 수 있게 되었다.

2. 포트컵 사이즈와 식물 지지력 문제

알리 수경재배 타워의 두 번째 문제는 ‘포트컵의 사이즈’와 ‘식물의 고정 방식’에 있다. 사용 가능한 포트컵은 30개이지만, 실제로 30개를 모두 다 사용하면 식물이 안정적으로 자랄 수 없는 환경이 된다.


문제의 발견 : “스펀지만으로는 버틸 수 없는 무게와 녹조”

이 제품은 분리 가능한 별도의 포트컵 없이 스펀지에 씨앗이나 모종을 끼워 기둥 구멍에 바로 꽂는 구조인데, 이 구조 자체가 문제를 만든다.

  • 녹조의 습격 : 양액이 흡수된 하얀 스펀지가 LED 빛에 그대로 노출된다. 양액이 빛과 만나면 녹조가 발생하는데, 녹조는 미관상 좋지 않을 뿐 아니라 식물의 영양분을 빼앗고 뿌리의 호흡을 방해한다.
  • 지지력 상실 : 상추처럼 가벼운 식물은 괜찮지만, 케일처럼 키가 크고 잎이 무거워지는 채소들은 자라면서 무게 중심이 앞으로 쏠린다. 별도의 포트컵 없이 스펀지만으로는 식물의 무게를 지탱해 주지 못해 식물이 앞쪽으로 쑥 빠지거나 아래로 꺾여버리는 일이 생긴다.

해결 방법 : 전용 사각 포트 커스텀과 벨크로를 활용한 차광

식물을 단단히 잡아주면서 빛을 차단할 수 있는 장치를 추가로 만들었다.

수경재배 포트컵을 잘라서 만든 모습
수경재배기에 벨크로를 이용하여 빛이 들어가지 못하게 차광한 모습
  • 사각 포트컵 개조 : 알리나 국내 쇼핑몰에서 규격에 맞는 사각 수경재배 포트컵을 구입했다. 타워 구멍 깊이에 맞게 포트컵 하단을 절단하여 스펀지를 끼워 사용한다. 이 방법을 사용하니 식물이 자라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지탱이 된다.
  • 벨크로(찍찍이)를 활용한 차광 : 포트컵 가장자리 틈새로 들어가는 빛을 막기 위해 적당한 크기로 자른 흰색 벨크로 테이프를 이용해 주변을 둘러주었다. 이 방법을 사용하니 빛이 차단되어 녹조 문제가 상당 부분 해결되었고, 미관상으로도 훨씬 깔끔해 보인다.

3. 해결하기 힘든 단점

지난 9개월간 튜닝을 거듭하며 많은 것을 고쳤지만, 제품의 태생적 한계로 인해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도 있다.

  • 낙차 소음과 펌프 진동 : 타워형 재배기는 물을 꼭대기까지 끌어올린 뒤 아래로 떨어뜨리는 방식이다. 단순한 물 흐르는 소리가 아니라 물이 위에서 떨어지는 소리라 일반 수평형 재배기보다 물 소리가 큰 편이다. 또한 기본적인 펌프 진동음 외에도 물 수위가 낮아지면 펌프 소리가 귀에 거슬릴 정도로 커지니, 예민한 사람이라면 가급적 침실에서 멀리 떨어진 위치에 수경재배기 타워를 두는 것이 필수다.
  • 좁은 포트 간격 : 작은 기둥에 30개의 구멍을 내다보니 포트컵의 간격이 상당히 좁다. 이런 구조때문에 식물이 커질수록 잎이 서로 겹쳐 빛을 가리게 되고, 결국 안쪽 잎들이 노랗게 변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30구를 모두 사용하지 않고, 몇 개씩 비워두어 간격을 조금 더 여유롭게 만들어 준다. 또한 야채 잎이 커지면 아랫부분부터 바로바로 ‘돌려따기’ 수확을 해주니 노랗게 변하는 잎도 줄어들고, 통풍 관리에도 도움이 된다.

알리 수경재배 타워, 사도 될까?

지난 9개월간 이 제품을 사용하면서 “제대로 설계되지 않은 제품이란 이런 거구나…”라는 생각을 참 많이 했다. 언뜻 보기엔 쓸만해 보이지만, 실제 사용해 보면 수경재배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사람이 만든 느낌이 강하다. 하지만 반대로 저렴한 가격 덕분에 사용자가 직접 손을 대고 개선할 여지가 있다는 장점(?)도 있다.

  • 이런 분께 추천 : 최소의 비용으로 많은 양의 채소를 키워보고 싶은 분
  • 이런 분께 비추천 : 구매 후 전원만 꽂으면 모든 게 알아서 되길 바라는 ‘관리 제로’ 지향형 사용자

제대로 설계되지 않은 제품이라도 애정을 가지고 부족한 부분들을 보완해 나가면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훌륭한 수경재배기가 될 수 있다. 나의 시행착오가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정보가 되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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